글 · 예선영 작가
![약한 나라가 남긴 상처에 대한 대답, 나라의 무기 훈민정음, [한성대화재-소헌왕후-]재난역사실화소설 예선영 작가 약한 나라가 남긴 상처에 대한 대답, 나라의 무기 훈민정음, [한성대화재-소헌왕후-]재난역사실화소설 예선영 작가](https://www.aid-promise.com/wp-content/uploads/2026/08/3744.jpg)
![약한 나라가 남긴 상처에 대한 대답, 나라의 무기 훈민정음, [한성대화재-소헌왕후-]재난역사실화소설 예선영 작가 소설가·크리에이터·CEO I 예선영 작가](https://www.aid-promise.com/wp-content/uploads/2026/08/ㅁ62318705.png)
약한 나라는 왜 백성을 울리는가
태평성대의 빛 뒤에 가려진 《한성대화재》의 질문이 있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국가 폭력이 아니다. 소설은 독자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폭력은 악의만으로 저질러지는가.
흔히 폭력을 칼과 피, 형벌과 전쟁으로 떠올린다. 그러나 역사를 들여다보면 가장 오래 지속된 폭력은 오히려 순한 보통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 경우도 있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백성을 살리기 위해, 전쟁을 막기 위해,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 그렇게 시작된 선택들이 누군가 한 개인에게는 폭력이었고,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되었다.
약한 나라의 비극
강한 나라는 선택할 수 있다. 거절할 수도, 버틸 수도 있다. 그러나 약한 나라는 종종 선택하지 못한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내어주어야 한다. 오늘 한 사람을 희생시켜야 내일 열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희생은 언제나 명분을 얻는다. 국익, 안보, 외교, 평화, 질서, 국가 — 그 어떤 단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모든 단어를 합쳐도, 자녀를 잃은 어미의 눈물 한 방울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국가 폭력은 독특하다. 특히 대외 관계 속 약소국의 국가 폭력은 폭군의 폭력처럼 단순하지 않다. 가해자도 울고 있다. 왕도 괴롭다. 신하도 괴롭다. 백성도 괴롭다. 모두가 피해자인데, 결국 가장 약한 사람이 가장 크게 다친다. 이것이 약한 나라가 가진 가장 잔인한 모순이다.
이상화되지 않은 세종, 현실 속의 성군
《한성대화재》가 흥미로운 이유는 위대한 성군 세종을 이상화하지 않는 데 있다. 오히려 세종이 마주한 현실을 보여준다. 치열하게 왕의 소임을 해내야만 했던 그 현실을.
나라는 약했다. 명나라는 대국이었다. 조선은 살아남아야 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언제나 백성이 치렀다.
진정한 성군은 완벽한 시대에 나타나지 않는다.
상처가 있는 시대에 나타난다.
위대한 군주란 백성을 울리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백성이 왜 우는지 끝까지 잊지 않은 사람이다.
책임진다. 뭐라도 한다. 지켜낸다. 훈민정음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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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이 아니라 반성, 훈민정음
흔히 훈민정음을 천재의 위대한 발명이라 말한다. 그러나 《한성대화재》의 관점에서 보면, 훈민정음은 발명 이전에 반성이다.
나라가 미처 지켜주지 못했던 사람들. '우매한 백성'이 억울함조차 적지 못했던 사람들. 그래서 목구멍이 썩어버린 사람들. 권력의 언어 밖에 있었던 사람들. 그들을 향해 국가가 뒤늦게 내민 손이 바로 훈민정음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국가를 미워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랑하되, 나라를 경계할 필요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선한 국가라도,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도, 무능과 약함은 결국 누군가의 희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은 악의에서만 태어나는가.
아니다.
때로는 무력함에서 태어난다.
탐욕보다 더 오래 남는 폭력은 무능과 무력함에서 시작된다.
나라가 약하면 선한 사람도 잔인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은 강함을 찬양하지 않는다. 다만 묻는다. 백성을 울리지 않을 만큼 강한 나라인가.
예작가가 던지는 이 질문이야말로 《한성대화재》의 불길 아래 숨겨진 날카로운 정치철학이며, 소헌왕후와 세종대왕의 애민이 오늘까지도 낡지 않는 이유, 감동적인 이유이다.
빛 뒤에 가려진 그림자를 직시하다
《한성대화재》를 읽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작품이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나 한 시대의 재난을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 소설은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기억하는 성군 세종의 시대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세종 시대를 가장 이상적인 시대로 기억한다.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과학과 문화가 꽃피웠던 시대, 백성을 사랑한 군주가 다스리던 시대로 말이다.
하지만 《한성대화재》는 묻는다. 정말 그 시대는 모두에게 평온했는가. 정말 백성들은 누구나 행복했는가. 찬란한 업적과 태평성대의 이미지 뒤에 가려진 상처들, 그리고 그 상처를 외면하지 않았기에 세종이 성군이 될 수 있었음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역사는 종종 빛나는 성취를 중심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한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빛이 비추지 못한 곳도 함께 보아야 한다. 세종 시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선은 명나라라는 거대한 질서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나라였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외교가 필요했고, 현실적인 선택도 필요했다. 그러나 국가의 선택은 때때로 백성의 눈물이 되었다.
외교라는 이름의 이별
《한성대화재》에서 소헌왕후가 마주한 문제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나라의 입장에서 그것은 외교였지만, 한 사람의 삶에서는 이별이었고 상실이었으며 죽고 싶은 절망이었다. 국가는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누군가는 삶을 빼앗겼다.
《한성대화재》가 처음부터 끝까지 인상적인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을 외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악인을 찾아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에게 더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누가 잘못했는가. 그리고 왜 그런 비극이 생겨났는가.
작품 속 비극은 폭군의 광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약한 나라가 감당해야 했던 현실에서 비롯된다. 힘과 압력 앞에서 선택권이 많지 않았던 시대.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결정이 백성을 울릴 수밖에 없었던 시대. 그 모순이 《한성대화재》의 가장 깊은 비극이다.
입체적으로 그려진 소헌왕후
이 소설은 소헌왕후와 세종대왕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완벽한 영웅도 아니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초인도 아니다. 오히려 시대의 한계와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굴욕적이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깊은 고통 속에 있었던 인물로 그려진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그들을 어진 국모와 성군으로 만든다.
자신의 시대가 가진 어두운 면을 외면하지 않는 지도자. 백성의 눈물을 보고도 모른 척하지 않는 왕후. 나라가 약하면 결국 가장 힘없는 사람들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사람 — 그것이 이 작품이 그려내는 소헌왕후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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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안다는 것의 의미
《한성대화재》를 읽으며 새롭게 다가오는 것도 바로 훈민정음이다. 우리는 흔히 훈민정음을 위대한 발명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것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훈민정음은 단순한 문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글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니다. 억울함을 말할 수 있는 힘이다. 자신의 삶을 기록할 수 있는 권리다. 침묵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다. 글을 몰라 자신의 사연을 남기지 못했던 사람들,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했던 사람들, 국가의 결정 앞에서 더욱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 훈민정음은 그런 백성들을 향한 응답이었다.
그래서 《한성대화재》는 그 자체로도 압도적이지만, 한성의 불길만을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니다. 백성들의 상처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며, 그 상처를 치유하려 했던 고민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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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장 선량한 사람들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르는가
작가는 독자에게 단순한 분노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가. 왜 가장 선량한 사람들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르는가. 그 답은 때로 냉혹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 나라를 지키려는 선택이 백성을 울리고, 백성을 살리려는 결정이 또 다른 백성을 희생시킨다. 결국 가장 큰 대가는 힘없는 사람들이 치른다.
《한성대화재》는 바로 그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세종 시대는 분명 위대한 시대였다. 그러나 그 위대함은 어두운 현실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현실을 직시하고 극복하려 했기에 위대한 시대가 될 수 있었다.
한성대화재의 영웅, 소헌왕후가 위대하다고 기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벽한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시대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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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강함이란 무엇인가
《한성대화재》는 소헌왕후가 마주해야 했던 시대의 상처까지 함께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강한 나라란 무엇인가. 진정한 국력이란 무엇인가.
그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강한 나라는 다른 나라를 억누르는 나라가 아니다. 자기 백성을 울리지 않아도 되는 나라다. 국민의 존엄을 외교와 생존의 이름으로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다.
나랏글을 통해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지키고자 했다면, 오늘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강함 역시 같은 곳을 향해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를 지킬 수 있는 힘. 백성의 존엄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힘. 국민의 눈물을 국가의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포기하지 않을 힘이다.
《한성대화재》는 태평성대의 빛 뒤에 존재했던 그림자를 함께 기억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리고 바로 그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았기에, 나라가 지키지 못한 백성을 글자가 끝내 품었다.
한 나라가 글자를 가지게 된 것은 위대한 선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글자가 있기 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말도 못 한 채 사라졌다는 사실에 대한 가장 늦은 답이기도 하다.
그 늦음을 끌어안는 일, 그것이 『한성대화재 소헌왕후』가 할 수 있는 유일하게 정직한 일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라가 백성을 지키기 위해 나랏글이라는 무기를 만들었듯, 우리 또한 속지 않고 휘둘리지 않기 위해 저마다의 훈민정음을 만들어야 한다. 남이 만든 진실에 속지 않으려면, 나를 지키려면 누구나 자기만의 훈민정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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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쳐진 자들의 나라』 — 약소국이 무엇을 내주며 버텼는가
그것은 태평성대의 꽃밭에서 피어난 발명품이 아니라, 시대의 상처가 밀어 올린 절박한 대답이었을지 모른다.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엾게 여긴 왕실의 자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나라가 미처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부채였고, 시대가 남긴 상처에 대한 응답이었다. 어쩌면 문자 이전에 다짐이었다.
다시는 백성이 글을 몰라 울지 않게 하겠다는, 다시는 침묵이 운명이 되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
위대한 일은 대개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상처에서 시작된다. 조선이 백성에게 진 빚, 시대가 남긴 상처에 대한 응답 — 그것에 대해 오늘 소헌왕후가 『한성대화재』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었다.
작품 소개
『한성대화재 소헌왕후』는 예선영 작가가 집필한 대하역사장편소설이다. 조선 세종 시대를 배경으로 소헌왕후 심씨와 세종대왕을 핵심 인물로 삼아, 한성을 덮친 대화재라는 역사적 사건을 서사의 중심에 놓는다. 이 작품은 단순한 궁중 로맨스나 위인전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 앞에서 한 인물이 감당해야 했던 선택과 책임을 그린 실화 바탕 역사소설로 분류된다.
저자 예선영 (필명 오예 · 吾藝)
출판 도서출판 지누 · 2026년 7월 발행
장르 대하역사장편소설 · 재난역사실화소설
브랜드 철학 WOW MORE. WONDER MORE. CHOOSE WONDER — 감탄이 한탄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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