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Shim, Chairman of AID Promise
E : aid.code1@gmail.com
초고령사회, 병원동행매니저 자격증은 늘어나는데,
왜 병원동행서비스는 아직 국민의 일상이 되지 못했는가
오늘 아버지와 중앙보훈병원에 왔다.
아버지는 국가유공자이시기에 여러 혜택을 받고 계신다.
그런데 병원 안을 둘러보다 알게 된 것은, 이곳에도 혼자 온 노인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었다.
국가유공자를 위한 공공의료체계가 갖춰진 이곳이 이 정도라면, 다른 병원은 어떨까.
그 질문에서 이 글은 시작한다.
나는 아버지와 병원에 왔다
아버지의 걸음은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오늘은 걱정이 없었다. 옆에서 서류를 챙기고, 접수처를 확인하고, 다음 진료과를 알려드릴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그냥 아들로서, 곁에 있으러 온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 '곁에 있음'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병원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알게 되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우리를 바라보았을까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도, 휠체어에 앉은 어르신도, 서류를 손에 쥔 채 두리번거리는 어르신도 자꾸 이쪽을 바라보았다.
부러운 눈빛이었다.
나는 그 시선의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자녀가 있지만 불편을 주고 싶지 않아 혼자 온 것인지, 자녀가 없는 것인지, 연락이 끊긴 것인지, 도움을 요청할 형편이 아닌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이 말없이 병원 안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볼 뿐이다.
혼자 병원에 온 노인들이 마주한 현실
대한민국은 2024년,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유엔 기준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행정안전부의 2025년 주민등록인구통계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1,084만 822명으로 전체 인구의 21.21%에 달한다. 다섯 명 중 한 명 이상이 고령자인 사회에서, 병원은 이미 노인들이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공간 중 하나가 되었다.
문제는 그 많은 노인 가운데 상당수가 동행자 없이 홀로 병원을 이용한다는 사실이며, 이는 이동 중 낙상, 응급 상황에서의 대응 지연, 진료 정보 전달의 누락과 같은 구조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키오스크 하나가 의료의 장벽이 되는 순간
서울디지털재단의 '서울시민 디지털역량 실태조사'(2023년 기준 결과)에 따르면 만 55세 이상 고령층의 키오스크 이용 경험률은 57.1%에 그쳤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격차는 뚜렷해진다.
55~64세는 79.1%가 키오스크를 이용해본 적이 있었지만, 65~74세는 50.4%, 75세 이상은 19.1%로 급격히 낮아졌다.
절반에 가까운 고령층이 키오스크 앞에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뜻이다. 병원의 접수·수납이 무인화될수록, 이 화면 하나가 진료 자체보다 먼저 넘어야 할 장벽이 된다.
병원동행매니저라는 직업은 왜 필요한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것이 '병원동행매니저'다.
병원까지의 이동, 접수·수납, 검사와 진료실 이동, 약국 이용, 귀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보호자처럼 함께하는 역할이다.
가족이 곁에 있을 수 없는 순간, 이 역할의 필요성은 자명하다.
실제로 서울시가 2021년 11월부터 운영해온 '병원안심동행서비스'는 2024년 10월 기준 3년간 누적 이용 4만5천여 건, 총 이용시간 15만 시간, 이용자 만족도 92.9%라는 성과를 냈다.
필요는 이미 데이터로 증명되어 있다.

Unauthorized use is strictly prohibited.
그런데 자격증은 있어도 왜 서비스는 대중화되지 않는가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사실이 있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병원동행매니저' 자격증은,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국가가 공인한 자격이 아니라 다수의 민간 교육기관이 개설·운영하는 민간자격 과정이다. 요양보호사처럼 법령에 근거해 국가가 관리하는 자격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자격증 교육 광고에서 흔히 강조하는 '취업 경쟁력'이나 '미래 유망 직종'이라는 문구는 교육기관의 홍보 표현일 뿐, 실제 취업률이나 소득 수준을 보증하는 근거는 아니다. 다시 말해, 자격증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실제 서비스 제공자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서비스 제공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지속 가능한 소득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자격증 공급, 전문인력 공급, 취업, 실제 서비스 제공, 지속 가능한 소득, 시장 대중화는 각각 다른 층위의 문제이며, 이 층위를 하나로 뭉뚱그리는 순간 정책은 방향을 잃는다.
병원동행서비스 시장의 진짜 병목
그렇다면 병목은 어디에 있는가.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초고령사회의 진입 속도, 1인가구의 증가, 가족 돌봄 여력의 감소를 고려하면 오히려 수요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수요를 지속 가능한 공급으로 전환하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수요·가격·공급·노동생산성·신뢰·제도의 문제
가격의 문제부터 보자.
서울시 병원안심동행서비스의 이용료는 시간당 5,000원 수준이며, 중위소득 100% 이하 시민에게는 상당 부분이 지원된다. 이는 이용자에게는 반가운 가격이지만, 동시에 민간 유료 서비스가 같은 가격대에서 시장을 형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공급 측면에서는 지역별 편차, 야간·주말 대응의 어려움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노동생산성의 문제는 더 근본적이다. 동행매니저 한 사람이 하루에 지원할 수 있는 이용자 수는 이동시간, 대기시간, 진료시간, 귀가시간에 의해 물리적으로 제한된다. 시간당 요금 구조 아래에서는 이 비효율이 그대로 소득의 한계로 이어진다.
신뢰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낯선 사람에게 부모님을 맡기는 일은 신원 검증, 교육, 응급 대응 역량, 개인정보 보호,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명확할 때에만 가능하다.
그리고 제도의 문제 I 국가, 지자체, 의료기관,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민간보험을 잇는 표준화된 연결 체계의 부재 I 가 이 모든 문제를 다시 한 번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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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병원안심동행서비스가 보여준 가능성과 한계
서울시 사례는 공공이 개입했을 때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2023년 기준 이용 유형을 보면 진료 동행이 41.7%, 투석 동행이 36.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재활·검사·항암치료·입퇴원까지 이용 목적이 다양했다.
2025년부터는 이용 횟수를 주 2회에서 월 10회, 연 200시간 한도로 확대했다. 그러나 이 모델은 서울시 소재 병원, 대중교통 이용이라는 지리적·수단적 제약 안에서만 작동하는 국지적 모델이다.
지방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 자가용 이동이 필요한 경우까지 이 모델을 그대로 확장하기는 어렵다. 공공모델의 성공이 곧 전국적 대중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 사례의 냉정한 교훈이다.
AI는 병원동행서비스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AI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을 대신해 손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많은 곳에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병원 예약 정보를 기반으로 한 수요 예측, 이용자와 동행매니저의 위치·전문성·일정을 고려한 매칭, 이동 동선의 최적화, 낙상·응급 위험도의 사전 관리는 모두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영역을 AI가 맡으면, 동행매니저는 배차를 기다리는 시간 대신 실제 동행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된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 AI가 담당할 수 있는 것은 정보 처리와 예측이지, 현장에서의 판단과 정서적 교감이 아니다. 이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AI에 대한 기대는 과장되고, 실망도 그만큼 커진다.
사람이 해야 할 일과 AI가 해야 할 일을 분리해야 한다
역할 분담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AI는 배차·일정·위험도·정보관리를 맡는다.
사람인 동행매니저는 실제 동행, 소통, 현장 판단을 맡는다. 의료진은 의료적 판단을 맡는다. 지자체와 정부는 공공 안전망과 취약계층 지원을 맡는다. 그리고 가족은 의사결정과 정서적 지지라는, AI도 동행매니저도 대신할 수 없는 고유한 역할을 맡는다.
이 다섯 주체가 각자의 역할에 집중할 때, 병원동행서비스는 단순한 이동 지원을 넘어 의료·복지·데이터가 연결된 하나의 케어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다.
정부·지자체·병원·기업·보험·가족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부와 지자체는 병원동행서비스의 국가 표준을 세우고, 민간자격과 실제 취업 사이의 간극을 제도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병원은 동행서비스 플랫폼과의 데이터 연계, 고령친화적인 시설·키오스크 설계에 협력해야 한다. 민간기업은 공공서비스가 닿지 못하는 지역과 시간대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보험사는 동행서비스 이용 이력과 연계한 상품 설계로 지속 가능한 재원 구조를 뒷받침할 수 있다. 그리고 가족은, 모든 것을 직접 해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의사결정과 정서적 지지라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는 이 모든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존엄하게 서비스를 선택하고 요구할 권리를 가진 이용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만들어야 할 새로운 병원동행 시스템
새로운 시스템은 '병원동행매니저를 더 많이 양성하자'는 단선적 결론을 넘어서야 한다. AI 기반 수요예측이 병원 예약 정보와 만나 이동 계획을 세우고, 전문 동행매니저가 매칭되어 병원 내 이동과 접수·수납·검사·진료 동선을 지원하고, 약국과 귀가, 가족 알림, 건강·의료 정보 정리, 사후관리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이는 돌봄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출생부터 성장, 임신과 출산, 육아, 청년과 중년의 건강관리, 예방과 웰니스, 회복과 재활, 노년의 돌봄에 이르는 전생애주기 케어 생태계 안에서 함께 설계되어야 할 과제다.
병원동행서비스는 그 생태계에서 노년기 의료 접근성을 담당하는 하나의 조각일 뿐이며, 이 조각이 온전히 맞춰질 때 비로소 전체 그림이 완성된다.
우리가 노인들에게 빚진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뒤집어 물어야 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주었는가'다.
오늘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산업·기술의 무대에서 일정한 위상을 갖게 되기까지, 지금의 노년 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현장에서, 그리고 가정과 지역사회 안에서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해 왔다.
그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그리는 것은 그 역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존중받아야 할 대상으로, 그리고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응답할 차례가 된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맞다.

대한민국의 다음 복지는 '혼자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여야 한다
복지의 다음 단계는 새로운 시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불안, 혼자 병원에 가야 하는 불안을 시스템으로 해소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시스템은 국가의 표준, 지자체의 실행, 병원의 협력, 기업의 보완, AI의 효율, 그리고 가족의 사랑이 각자의 자리에서 맞물릴 때 완성된다.
에이드프라미스가 지향하는 전생애주기 케어 플랫폼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여러 모델 가운데 하나의 사례일 뿐이며, 이 글의 목적은 특정 기업을 알리는 데 있지 않다.
목적은 단 하나, 혼자 병원에 온 어르신이 더 이상 낯선 시선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병원을 나서던 길,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어르신이 혼자 택시를 잡고 계셨다. 손에는 여러 장의 처방전과 진료확인서가 들려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팔을 잡아드렸다. 그 어르신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은 누가 만들었는가. 그들이 늙었을 때,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 부모님이 병원에 가는 날, 자녀가 곁에 있지 못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사회가, 과연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인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만든 나라가, 정작 병원에 온 부모님의 키오스크 사용 하나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로 남아서는 안 된다.

Q&A
Q1. 병원동행서비스란 무엇인가?
병원에 갈 때부터 귀가할 때까지 전 과정, 이동, 접수, 수납, 검사, 진료, 약국을 전문 동행매니저가 보호자처럼 함께하는 서비스다. 대표 사례는 2021년 11월 시작된 서울시 '병원안심동행서비스'다.
Q2. 병원동행매니저는 무엇을 하는가?
병원까지의 이동을 지원하고, 접수·수납·검사·진료실 이동을 돕고, 진료 내용을 보호자에게 전달하며, 약국 이용과 귀가까지 동행한다.
Q3. 병원동행매니저 자격증은 국가자격인가?
아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를 확인한 결과 '병원동행매니저'는 국가가 공인한 자격이 아니라 다수의 민간 교육기관이 개설·운영하는 민간자격 과정으로 확인된다. 요양보호사처럼 법령에 근거한 국가자격과는 성격이 다르다.
Q4. 왜 병원동행서비스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는가?
자격증 발급과 실제 서비스 공급 사이에 간극이 있고, 이동·대기 시간 때문에 동행매니저의 시간당 생산성이 낮으며, 공공서비스의 저가격 구조와 민간 시장의 수익성이 충돌하고, 신원·안전·매칭을 보증하는 신뢰 인프라와 병원·지자체·보험·가족을 잇는 제도적 연결이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Q5. 병원동행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수요 자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수요를 지속가능한 소득과 표준화된 서비스로 전환할 공급 구조, 가격, 생산성, 신뢰,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것이 핵심 병목이다.
Q6. AI가 병원동행서비스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AI는 수요 예측, 동행매니저 매칭, 이동 동선 최적화, 위험도 관리 등 배차와 정보 처리를 담당하고, 실제 동행과 현장 판단, 정서적 지지는 사람이 맡는 역할분담 모델로 서비스의 생산성과 신뢰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Q7. 정부와 지자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병원동행서비스의 국가 표준과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민간자격과 실제 취업을 연결하며, 취약계층 비용을 지원하고, 지자체 서비스를 광역 단위로 확대하며, 병원·보험·플랫폼 간 데이터 연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Q8. 미래의 병원동행서비스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AI 기반 매칭 플랫폼과 전문 동행인력, 공공 안전망, 가족의 의사결정 참여가 하나의 생애주기 케어 체계로 연결된 모습이어야 한다. 이는 노인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출생부터 노년까지 이어지는 돌봄 생태계의 한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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