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6일
예댚의 [케어의 민낯이야기]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새벽부터 심야까지 끊임없이 움직이는 지하철,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오피스 빌딩, 그리고 1분 1초를 다투는 배달 서비스까지. 그러나 이 모든 속도전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있다.
'돌봄'이다.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도시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도시는 ‘돌봄’만큼은 너무나 느리게 반응한다.
"아이는 혼자 놀고,
부모는 업무와 육아 사이를 전쟁처럼 오가며,
노인은 복지센터 문 앞에서 대기표를 뽑는다."
이 모든 장면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속도에만 몰두한 시스템’으로 작동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콘크리트 숲에 갇힌 정서적 고립
지친 마음을 알아차리는 돌봄 시스템 부재
"아침에는 아이 혼자 아침 챙겨 먹이고 학교 보내는 것부터, 퇴근 후에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됩니다." 36세 직장인 박미영 씨의 하루는 전쟁과 같다.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율은 이미 35%를 넘어섰고, 맞벌이 가구는 표준이 되었다.
정서적 고립은 이제 서울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나는 "위험을 감지하는 CCTV는 많지만, 지친 마음을 알아차리는 시스템은 없다"고 지적한다. 물리적 안전망은 촘촘해졌지만, 정서적 안전망은 오히려 느슨해진 것이다.

'기다림'이 되어버린 공공 돌봄
서울시가 운영하는 아이돌봄 서비스의 평균 대기 시간은 3~7일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이주연 씨(42)는 "아이가 갑자기 아팠을 때 도움을 요청했지만, 시스템은 '접수되었습니다, 기다려주세요'라는 답변뿐이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공공 돌봄 시스템이 '즉각적 필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육아지원금, 부모급여 등 경제적 지원은 확대되었지만, 정작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구조'는 여전히 부실하다. 결국 이러한 공백은 대부분 가족, 특히 여성에게 전가된다.
기술로 대체될 수 없는 돌봄
'내가 옆에 있어요'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은 돌봄 영역에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AI 기반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 노인 돌봄 로봇, 심리 상담 챗봇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나는 "진짜 위로는 '다 알아요'가 아니라, '내가 옆에 있어요'라는 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모 교수는 "인간의 정서적 안정은 기계와의 소통이 아닌, 진정한 인간적 유대에서 온다"며 "첨단 기술이 발달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의 돌봄 가치는 더 중요해진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돌봄의 회로를 복원하는 새 움직임
전국 돌봄 인재 젊은이 1000명
이러한 사회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곧 시작될 'K-가디언즈' 프로젝트는 전국 MZ세대 돌봄 인재 1,000명을 모집해 도시의 정서적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시도다. 이들은 산후케어부터 시니어 돌봄, 심리 케어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다.
"앞치마를 입고 도시의 감정선을 복원하는 인재"
"앞치마를 입고 도시의 감정선을 복원하는 젊은이들"이라는 표현처럼, 2,30대 돌봄크리에이터 K가디언즈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도시의 정서적 인프라를 재건하는 역할을 자임한다.

돌봄이 회복된 도시
"당신은 이 도시에서, 누군가에게 돌봄 받고 있습니까?"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이제 물리적 공간 설계를 넘어 '정서적 설계(emotional design)'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미래 도시의 경쟁력은 얼마나 빠른가가 아니라, 얼마나 돌봄이 가능한 구조인가에 달려있다"고 전망한다.

나는 "진짜 스마트한 도시는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온기를 잃지 않는 도시"여야하고 궁극적으로 도시의 가치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시티 기술은 발전했지만, 정작 “괜찮으세요?”라고 묻는 시스템은 없다. ‘효율은 늘었지만, 따뜻함은 줄어든 도시’.
이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서울은 결국 기술은 앞서지만 정서적 빈곤에 시달리는 도시가 될 것이다.

서울이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어쩌면 더 높은 빌딩이나 더 빠른 시스템이 아니라, "당신은 이 도시에서, 누군가에게 돌봄 받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가, 일지도 모른다.
도시는 건설로 성장했지만, 돌봄 시스템으로만 살아남을 것이다.

[케어의 민낯이야기]
#에이드프라미스, K가디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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