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ist John Shim
연결되지 않은 통합돌봄 I 예산·인력 부족의 구조와 해법 완전분석
서울 중랑구의 한 재택의료센터 의료진이 어르신의 자택 문을 두드린다. 오늘 방문할 곳은 세 가구, 그러나 대기자 명단에는 이미 스무 가구가 넘게 이름을 올려 두고 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시행 100일을 맞았지만, 정작 국민 10명 중 4명은 이 제도가 시작됐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2026년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전국 183개 지자체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병원과 요양시설, 복지관을 따로 찾아다니지 않아도, 한 번의 신청으로 의료·요양·돌봄·생활지원을 통합적으로 연계받는다는 것이 제도의 골자다. 그러나 시행 100일이 지난 지금, 현장의 목소리는 정부의 청사진과 온도차가 크다.
Ⅰ.숫자로 본 100일, ‘신청은 늘었지만 체감은 없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7월 2일 공개한 시행 100일 실적에 따르면, 통합돌봄 신청·접수를 완료한 대상자는 총 4만6,215명, 이 중 실제 서비스 연계까지 이어진 인원은 3만7,304명이었다. 1인당 평균 3.3건의 서비스가 연계됐다.
[🟢 공공언론] 머니투데이, 「통합돌봄 시행 100일, 연계서비스 3.7만명 받아」, 2026.7.2 보도(복지부 발표 인용)
문제는 인지도다. 같은 기간 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 기획하고 엠브레인리서치가 수행한 조사(만 18~79세 국민 2,000명 대상, 2026년 6월 15~19일)에서 응답자의 42.9%가 “통합돌봄이 시행되고 있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직접 이용 대상에 가까운 40~79세 중장년층에서도 “들어본 적 없다”는 응답이 38.0%에 달했다.
[🔵 공식] 서울신문, 「통합돌봄 100일, 국민 10명 중 4명 ‘시행 몰랐다’」, 2026.7.2 (복지부·건보공단 공동조사)
지역 격차도 뚜렷했다. 65세 이상 인구 1만 명당 신청자 수는 전남·광주(93.3명)가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울산(21명)·경기(25.2명)·인천(25.5명)은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신청률이 낮은 지역일수록 의료·돌봄 자원 부족, 예산 조기 소진, 담당 인력의 업무 과중이 겹쳐 나타났다.
[🟢 공공언론] 머니투데이·서울신문 종합, 2026.7.2 보도
Ⅱ. 구조적 병목 — 예산·인력·거버넌스 삼중고
1) 예산 I 마중물이라기엔 너무 얕다
정부가 2026년 통합돌봄 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777억 원. 이를 183개 지자체로 나누면 지자체당 평균 4억 2천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3~2025년 시범사업을 수행한 12개 지자체의 실제 평균 소요 예산은 연간 12억~18억 원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필요한 금액의 3~4분의 1 수준만 배정된 셈이다.
| 항목 | 2026년 통합돌봄 예산 | 현장 소요 추정치 |
| 정부 배정 예산 | 777억 원 (전국 183개 지자체) | — |
| 지자체 평균 배분액 | 약 4.2억 원/지자체 | 12억~18억 원/지자체 |
| 근거 | 보건복지부 2026년 예산안 | 2023~2025 시범사업 12개 지자체 평균 |
* 2025년 통합돌봄 관련 예산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증액 의결안(1,771억 원)의 절반 수준인 914억 원으로 최종 확정된 바 있다. 지역돌봄서비스 확충 예산(529억 원)이 별도 편성돼 있으나, 노인맞춤돌봄(5,894억 원)·장애인활동지원(2조 8,102억 원) 등 기존 사업은 대상자가 이미 확정돼 있어 통합돌봄 신규 대상 재원으로 전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반론이다.
[🟢 공공언론] ICU 국제돌봄연합, 「2026년 3월 통합돌봄, 777억 예산으로 초고령사회 돌파구 열 수 있나」, 2025.11.5 / 더메디컬, 2025.12.24 국회 복지국가포럼 보도
2) 인력 I 케어매니저(건강매니저) 없는 케어매니지먼트
통합돌봄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병상 수도, 예산 총액도 아니다. 대상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지역의 의료·요양·복지 자원 중 무엇을 연결할지 판단하며, 서비스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추적·관리하는 ‘조정 기능’이다. 일본이 지역포괄케어시스템에서 도입한 케어매니저(ケアマネジャー)가 바로 이 역할을 전담한다. 그러나 국내 신청 접수·방문조사·서비스 연계는 기초지자체 인력이 기존 업무에 더해 떠맡는 구조에 가깝다.
[🟡 학술·정책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돌봄통합지원법 도입에 따른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쟁점 및 개선 방향」, 보건복지포럼 통권 제340호, 2025.2
3) 거버넌스 I 책임은 지자체, 재량은 중앙
2025년 1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복지국가포럼’에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가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법률은 지자체에 포괄적 돌봄 책임을 부여하면서도, 정작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재정적·행정적 재량권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시행령이 대상자 범위를 65세 이상 고령자와 중증 등록장애인으로 한정하고, 지자체가 대상자를 추가 지정하려면 보건복지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한 조항도 지역 자율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 공공언론] 더메디컬, 「2026년 통합돌봄 시행 코앞인데… 지자체는 ‘돈도 인력도 없다’ 아우성」, 2025.12.24
공급자 중심의 파편적인 서비스, 민간 의존적 공급 구조,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시민들은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제4차 복지국가포럼(2025.12.22)
Ⅲ. 이미 예견된 위기 I 에이드프라미스·ICU, 2025년 10월 국회 헌정회에서 던진 경고
주목할 부분은 이러한 문제들이 시행 이전부터 이미 구체적으로 예고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2025년 10월 27일, 국제돌봄연합(ICU)과 에이드프라미스는 국회 헌정회에서 「제1회 ICU 국제돌봄연합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회의원 장종태, 국회 헌정회 회장,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사무총장,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사무총장 등 관계자 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ICU는 통합돌봄 시행을 앞두고 발생할 구조적 문제와 해법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 자체 발표자료] 에이드프라미스 매거진, 「제1회 ICU I 국제돌봄연합 토론회」 2025.10.27 국회 헌정회 개최
당시 예선영 국제돌봄연합 이사장은 발제 “K-케어의 글로벌 표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디지털 돌봄 행정 플랫폼을 세계화 모델로 제시했고, 이어진 발제 “돌봄 디지털 대전환”에서는 생체신호(바이오시그널) 기반 AI·IoT 건강매니저 정책을 제안했다. 이는 서비스는 존재하되 이를 필요한 사람과 연결하는 ‘조정자’가 부재하다는, 지금 현장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문제의식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실제로 ICU와 에이드프라미스는 2025년 11월 5일 발표한 정책 분석 자료에서 정부의 777억 원 예산 규모와 지자체별 준비 현황(서울 은평구의 ‘통합돌봄과’ 신설, 부산시의 16개 구·군 조기 확대, 대구시의 기술지원형 시범사업 등)을 지자체 단위로 교차 검증하며 “시간도 예산도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구체적 수치로 짚어낸 바 있다. 시행 100일이 지난 지금 드러난 낮은 인지도, 지역별 격차, 예산 부족은 이 예측과 대체로 부합한다는 것이 본지의 분석이다.
[🟠 자체 발표자료] ICU 국제돌봄연합, 2025.11.5 정책 분석 기사(icu.or.kr)
| 시점 | 내용 |
| 2024. 3. |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 제정 |
| 2025. 10. 27. | ICU 국제돌봄연합·에이드프라미스, 국회 헌정회에서 제1회 토론회 개최 — K-Care 글로벌 표준화, 생체신호 기반 AI 건강매니저 정책 제안 |
| 2025. 12. | 국회 제4차 복지국가포럼 — 예산 증액안(1,771억 원) 대비 최종 확정액(914억 원) 절반 수준 지적 |
| 2026. 3. 27. | 통합돌봄(돌봄통합지원법) 전국 183개 지자체 본격 시행 |
| 2026. 7. 2. | 시행 100일 — 신청자 4만6,215명, 서비스 연계 3만7,304명, 인지도 57.1% |
Ⅳ. 해법 I 예산이 아니라 ‘연결 설계’다
본지가 보건·정책·기술 각 분야 자문을 종합한 결과, 통합돌봄이 실제로 국민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축의 동시 설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1) 통합돌봄 코디네이터(건강매니저)의 법제화
서비스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연결의 완성도'가 국민 체감도를 결정한다. 일본형 케어매니저와 같이 대상자 평가, 지역사회 자원 매칭, 서비스 연계,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전문 코디네이터(건강매니저)를 법률상 독립 직군으로 제도화하고, 자격·교육·처우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함께 설계해야 한다.
또한 현장 전문인력에게는 체계적인 보수교육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호봉제와 서비스 품질평가(평점제)를 기반으로 차등 보상하는 인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특히 지역화폐를 활용한 성과 인센티브 제도는 돌봄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청년과 전문인력의 안정적인 유입을 이끌어 돌봄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는 핵심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2) AI·생체신호 기반 상시 모니터링 체계
담당 인력 1인이 감당할 수 있는 대상자 수는 물리적으로 제한적이다. 웨어러블·IoT 기반 생체신호 모니터링을 결합하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방문 우선순위를 정하는 ‘예방적 연결’이 가능해진다. ICU가 2025년 10월 토론회에서 제안한 생체신호 기반 건강매니저 모델이 이 방향과 맥을 같이한다.
3) 성과 기반 차등 재정 지원
복지부가 예고한 대로 지자체 성과를 매년 평가해 예산을 차등 지원하는 방식은 방향성은 타당하나, 초기 격차가 이후 격차를 고착시키지 않도록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는 이행기 보정 재원을 별도 편성할 필요가 있다.
4) 민관 협력 거버넌스의 실질화
공공 주도 전달체계 속에서 모호해진 민간의 역할을 명문화하고, 지역 복지관·재가센터·민간 돌봄 플랫폼이 실제 사례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과 데이터 연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통합돌봄의 지향점인 ‘주민 중심, 지역 주도, 통합 지원’을 절차 행정이 아닌 실행 구조로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 학술·정책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 보건복지포럼 통권 제340호, 2025.2 종합
Ⅴ. 결론 I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연결’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시행 100일을 두고 “제도의 성과를 평가하는 시점이라기보다,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 변화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출발점에서 이미 드러난 문제 — 예산과 현장 소요의 격차, 조정 인력의 부재, 중앙과 지방의 권한 불일치 — 는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주지 않는다.
2025년 10월 국회 헌정회에서 에이드프라미스와 국제돌봄연합이 던졌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서비스는 있는데, 왜 연결되지 않는가.” 통합돌봄의 성패는 예산의 총량이 아니라, 사람과 서비스를 잇는 설계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또 하나의 제도 발표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 실제로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돌봄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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