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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치매가 가르쳐준 것 ㅣ돌봄 민주주의, 평등한 돌봄문화 '국제돌봄연합'의 새로운 패러다임 1

국제돌봄연합 이사장 예선영

돌봄 민주주의

할머니 알츠하이머 진단이 깨뜨린

우리 가족의 '돌봄 신화'

할머니 치매가 가르쳐준 것 ㅣ돌봄 민주주의, 평등한 돌봄문화 '국제돌봄연합'의 새로운 패러다임
할머니 치매가 가르쳐준 것 ㅣ돌봄 민주주의, 평등한 돌봄문화 '국제돌봄연합'의 새로운 패러다임

할머니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날, 우리 가족의 돌봄 민주주의는 무너졌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가족회의에서 벌어진 일이 생생하다. 손자들은 "요양원에 모시자"고 했고, 부모님은 "집에서 모시자"고 했다. 그런데 정작 할머니의 의견은 아무도 묻지 않았다. 치매 초기라 충분히 의사 표현이 가능했는데도 말이다.

할머니 치매가 가르쳐준 것 ㅣ돌봄 민주주의, 평등한 돌봄문화 '국제돌봄연합'의 새로운 패러다임

더 충격적인 건 그 다음이었다. 실제로 할머니를 돕는 일은 온통 엄마 몫이 되었다. 경제적 결정은 아버지가 내리고, 실제 돌봄은 엄마가 감당하는 구조.

이게 정말 돌봄 민주주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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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에 숨어있는 불평등의 정체

돌봄 민주주의를 논하려면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돌봄 관계에는 태생적으로 불평등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돌봄을 받는 사람의 수동성과 돌봄을 하는 사람의 능동성. 이 구조 자체가 권력관계를 만든다.

돌봄을 받는 사람은 감사해야 하고, 돌봄을 하는 사람은 희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과연 이것이 건강한 관계일까?

최근 한 환자와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홍의사는 흥미로운 선언을 했다고 한다.

"의사가 의학 지식을 더 많이 아는 것만큼, 환자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 더 많이 안다."

이 말이 왜 혁명적인가?

의사와 환자가 지적으로 평등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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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민주주의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의 전문가로 만나는 것.

치매·시니어케어·요양원 민주화를 통한

상호존중 돌봄 실현 방안

모두가 돌봄 수혜자라는 불편한 진실

돌봄 민주주의가 정말 민주적이려면 한 가지를 인정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돌봄 수혜자라는 것을.

어제 지하철에서 본 장면이다. 한 청년이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런데 그 청년은 목발을 짚고 있었다. 누가 돌봄을 주고, 누가 받는 건가?

생각해보면 우리는 매 순간 돌봄을 주고받으며 산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도 누군가의 돌봄이다. 버스 기사님의 안전 운전도, 청소하시는 분들의 수고도 모두 돌봄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꾸 돌봄을 '일방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젊은 사람이 늙은 사람을, 정상인이 장애인을 돌보는 것으로.

이런 생각이 돌봄 민주주의를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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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약한 사람이 돌봄을 담당하는 아이러니

우리 집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할머니를 돌보는 일은 결국 엄마가 떠맡았다. 아버지는 돈을 대고, 나는 가끔 병원에 모시고 가는 정도. 정작 매일매일의 돌봄은 가족 중 가장 약한 존재인 엄마 몫이 되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가장 힘든 일을 가장 약한 사람이 하고, 가장 중요한 결정은 가장 돈 많은 사람이 한다. 이게 돌봄 민주주의일 리 없다.

얼마 전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들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돌보는 일을 온 가족이 나눠서 한다는 것이다. 아들은 월요일, 딸은 화요일, 며느리는 수요일... 이런 식으로. 하지만 그것도 진짜 돌봄 민주주의는 아니었다. 정작 할머니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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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향 돌봄의 발견

진짜 돌봄 민주주의는 쌍방향으로 뭔가를 주고받는 관계에서 시작된다.

작년에 만난 한 요양원에서 놀라운 광경을 봤다. 치매 할머니가 신입 요양보호사에게 "괜찮다, 처음이니까 천천히 해"라고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누가 돌보고 누가 돌봄을 받는 건가?

그때 깨달았다. 돌봄이란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는 걸. 할머니는 돌봄을 받으면서 동시에 신입 직원에게 격려와 위로를 주고 있었다.

돌봄 민주주의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모든 사람이 주는 것도 있고 받는 것도 있다는 인정. 완전히 의존적인 존재도,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도 없다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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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긍정하지 않는 사회의 문제

우리는 왜 노년이 많아진 사회의 웃음소리와 행복감을 상상할 수 없을까? 이 질문이 돌봄 민주주의의 핵심을 건드린다.

노년을 긍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고령인구가 많아지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노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고, 기여할 수 있는 존재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며칠 전 경로당에서 본 장면이다. 80대 할머니가 70대 할머니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배우는 할머니는 "고맙다"고 했고, 가르치는 할머니는 "내가 더 고맙다"고 했다.

이것이 돌봄 민주주의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돌봄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만의 지혜와 경험으로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존재로 보는 것.

의사와 환자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관계

홍00 의사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는 의사와 환자의 지적 불평등을 해소하려 했다. 진료라는 만남에서 의사와 환자가 평등하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지금까지 의료진은 '아는 사람', 환자는 '모르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의사가 설명해주면 환자는 감사히 들어야 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돌봄 민주주의에서는 다르다. 의사는 의학 전문가이고, 환자는 자신의 몸과 삶의 전문가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평등한 파트너로 만나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아빠 병원에 갔을 때 한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알츠하이머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만, 아버님이 어떤 분인지는 가족분이 더 잘 아시잖아요." 그 순간 나는 환자 보호자가 아니라 아빠 삶의 전문가가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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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민주주의의 실천 원칙들

그렇다면 돌봄 민주주의는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내가 경험한 몇 가지 원칙들을 나눠보고 싶다.

첫째, 모든 사람이 돌봄의 주체이자 객체라는 인식. 완전히 주기만 하는 사람도, 완전히 받기만 하는 사람도 없다.

둘째, 서로 다른 전문성의 인정. 의료진은 의학 전문가, 환자는 자신의 삶과 몸의 전문가, 가족은 그 사람 인생의 전문가.

셋째, 돌봄 받는 사람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기. 아무리 치매가 심해도, 아무리 의식이 없어 보여도 그 사람의 의사를 최대한 파악하고 존중하기.

넷째, 돌봄의 책임을 권력에 따라 나누지 않기. 돈을 대는 사람이 결정권을 갖고, 힘없는 사람이 실제 돌봄을 담당하는 구조 깨뜨리기.

할머니가 가르쳐준 것

할머니가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나서 우리 가족은 많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할머니를 어떻게 돌볼까"만 고민했는데, 나중에는 할머니와와 어떻게 함께 살까"를 고민했다.

할머니가 언제가 갑자기 말했다. "고맙다." 무엇이 고마운지 물어봤더니 "같이 있어줘서" 라고 하셨다. 그 순간 깨달았다. 할머니도 우리를 돌보고 있다는 것을. 같이 있어달라는 말로, 고맙다는 말로, 때로는 무언의 미소로.

돌봄 민주주의가 만드는 세상

돌봄 민주주의가 실현된 사회를 상상해보자.

노인이 많아져도 두렵지 않은 사회.

장애가 있어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

아파도 존엄을 잃지 않는 사회.

누구나 돌봄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인정받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는 요양원에도 웃음소리가 넘친다. 환자와 의료진이 서로에게서 배운다. 가족 내에서도 나이나 성별, 경제력과 상관없이 모두가 돌봄의 주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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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돌봄 수혜자라는 인정

결국 돌봄 민주주의는 하나의 인정에서 시작한다. 우리 모두가 돌봄 수혜자라는 인정.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우리는 수없이 많은 돌봄을 받으며 산다. 동시에 수없이 많은 돌봄을 베풀며 산다. 이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진짜 돌봄 민주주주의가 시작된다.

완벽한 독립도, 완전한 의존도 없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이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히 인정하자. 그때 비로소 돌봄이 짐이 아니라 선물이 되고, 의무가 아니라 권리가 된다.

이것이 내가 꿈꾸는 돌봄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국제돌봄연합이 제시하는 실천 방안

1. 돌봄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화

-돌봄 대상자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는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

-가족 내 돌봄 역할 분담의 공정성 확보

-경제력이 아닌 소통능력과 돌봄 역량 중심의 역할 배분

2. 상호존중 기반의 돌봄 문화 조성

-돌봄 제공자와 수혜자 간 수평적 관계 정립

-각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파트너십 구축

-일방향 돌봄에서 쌍방향 케어로의 패러다임 전환

3. 사회적 돌봄 안전망 강화

-가족 돌봄의 한계를 보완하는 사회적 지원 시스템

-돌봄 제공자에 대한 충분한 휴식과 지원 보장

-전 생애주기적 돌봄 철학의 사회적 확산

4. 기술과 인간성이 조화된 돌봄 혁신

-AI·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효율적 돌봄 시스템

-기술이 인간관계를 대체하지 않고 보완하는 방향의 발전

-개별 맞춤형 돌봄 서비스의 접근성 향상

할머니 치매가 가르쳐준 것 ㅣ돌봄 민주주의, 평등한 돌봄문화 '국제돌봄연합'의 새로운 패러다임

국제돌봄연합 이사장 예선영은 "돌봄은 일방적 희생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배려가 만나는 민주적 관계"라며 "고령화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돌봄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할머니 치매가 가르쳐준 것 ㅣ돌봄 민주주의, 평등한 돌봄문화 '국제돌봄연합'의 새로운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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